詩 향기 속으로/일반시

주유注油를 하다가/ 석정희

sukchonghee 2015. 11. 15. 10:40
주유注油를 하다가 / 석정희

 

길 나서는 날이면
으레 들러서 가는
고개 밑 작은 주유소엔
우리말 못하는 한국사람이 있다
눈 마주치면 인사가 되고
서로 말을 아끼는
우리는 무엇인가
한국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손을 올려 손짓을 하고
그걸 알아들은
가슴을 그의 손짓이 헤집는다
 
계기판에 빨간 불이라도 켜지면
랄프스마켓에 가서
더듬거리던 수십 년 전이
되돌아 와 깜박거리며
한 마디가 통하던 때의 기쁨으로
우리말로 다가가자고
작은 주유소까지의 거리를 재고
큰 길가의 주유소를 지나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
"안녕하세요" 말을 건네면
"안넌하새요" 답하는
말을 잃은 부끄럼으로
달아오른 얼굴
집으로 돌아오는 언덕길에
내 안으로 안으로만
뻗어가는 길 되어 더듬어 간다.
 
기름 넣어 달리게 하듯
마음과 마음 하나 되게
뚫고 갈 길
내리막을 가게 할
그 사람의 우리말 듣고 싶다
석양 ( 석정희 작사 김창재 작곡) Bar, 조덕희, Pf,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