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 이야기
어느 부부 이야기 / 석정희 당초 형체도 없는 것이었다가 김서려 물방울 되어지듯 조물주의 섭리로 한 방울 물방울되어 비가 되거나 눈으로 내려 모이고 쌓여 실개천으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 이루었다 큰바람 앞에선 각기 떠나 온 산이거나 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안개로 피고 이슬로 맺혀 살바람 견디며 얼어붙던 세월 속에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 씨를 품었다 봄같지 않던 봄 땡볕 하나 가릴 수 없던 여름 가을되어 빈 바구니 허전하던 때를 지나면서도 겨울이면 서로 볼 비비며 의지해 저무는 길 끝에 서로를 살피는 마음 햇빛 받는 바닷결로 가슴 드러내 미워 얼었던 마음도 녹여 지금도 안개로 이슬로 피어나길 바라는 해질녘 길을 가고만 있다. *식물원에서 하이킹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