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향기 속으로/추모시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 석정희

sukchonghee 2015. 7. 22. 11:41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 / 석정희 
 
아버지!
 
아버지 곁을 떠나와 살면서도
이 땅위에 함께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며 힘이 되어 주신 아버지
 
이제 아버지는 가시고
우리는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쥐었던 이 세상의 끈 놓으시고
하나님 곁으로 가시므로
 
우리는 남고
아버지는 떠나십니다
 
구십을 넘게 사신 아버지께
저의 오십은 하찮을 수도 있는 기간이었습니다만
아버지가 계셨기에 우리 동기들 있어 
 
아버지는 뿌리이셨고
우리 형제자매는 가지가 되어 살았습니다 
 
일제 치하의 가난과 고통과 분개를
8.15 광복의 기쁨으로 맞았으나 그도 잠깐
이어 닥친 사상적 혼란과 갈등으로 청년기를 보내시며
6.25 사변은 얼마나 아프신 기억이셨습니까
 
그 혼탁과 격류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거두시는 일이
누구에나 쉽지 않은 험난한 일이 아니셨습니까
 
그럼에도 더 큰 포부와 비젼을 가지시고
이 땅 미국에 이주 오셔서
이루신 일도 뒤로 하시고
아버지는 가시고 우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버지와 같이 했던 시간들은
가슴에 묻어야 하게 됩니다
 
아팠던 일, 슬펐던 일, 괴로웠던 일은
모두 거두어 가시고
기뻤던 일, 즐거웠던 일, 소망이 되던 일일랑은
두 손으로 꼭 눌러 우리 가슴에 남겨 주십시오
 
때로는 성 낼 일, 화 내실 일 접으시고
굳이 외면하시던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 마음으로 이 땅에 뿌리신 씨앗
여덟 그루 큰 나무되어 가지 뻗고
넓은 그늘 짓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믿음의 상속자 되어
십자가 의지하며 살 것입니다
예수님 돌문 여시고 부활하심 믿고 살 것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 기다리는 소망의 삶을 살 것입니다
 
저희들에게 평안 심고 가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곁에서 복 빌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본향으로 가시는 아버지
영은 하나님 나라에 영생하시며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
뿌린 씨앗의 걸음 되실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 자손만대에 축복하시어
여덟 그루 뿌린 씨앗 숲이 되어 번성케 하실 것이오니
평안히 가옵소서
우리들 이 슬픔도 이 땅의 일만 되게 하시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시며
선한 이웃들의 눈물 씻어 주시옵소서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뵈오며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평안히 가시옵소서
자식들 잊으시고
평안히 가시옵소서

 
참회와 기쁨 (석정희 작사 김명규 작곡) 기타, 노래, 김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