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꽃향기로 곁에 계시길 / 석정희
- 박영호 선생 영전에-
이렇게 닥치는 절멸의 시간도 있습니다.
맑던 목소리 잠겨 안타까움 안기더니
낙화도 낙엽도 아닌 낙과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낙화도 낙엽도 아닌 낙과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거울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품었던 열매의 씨앗도 다 익히지 못하고
떨어져 침묵의 계절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떨어져 침묵의 계절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깨어져버린 거울 조각 조각에 남은
얼굴을 그리면 깨어짐은 우리에게
찢어짐으로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얼굴을 그리면 깨어짐은 우리에게
찢어짐으로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그리고 빈 자리가 크게 남게 되었습니다.
흰 목련 피었던 캘리포니아의 2월
진동하던 향기 슬픔으로 스미게 하시고
깊고 오랜 잠에 드셨습니다
진동하던 향기 슬픔으로 스미게 하시고
깊고 오랜 잠에 드셨습니다
잊으려 비워도 무거운 마음
낭떠러지에 밀어 놓고 이름 한 번 불러봅니다.
낭떠러지에 밀어 놓고 이름 한 번 불러봅니다.
박영호 선생님!
흰 목련 아래 서계셔서
낭낭하던 목소리로 낭송하시는 시
목련 꽃향기 함께 띄워 주시기 바랍니다.
낭낭하던 목소리로 낭송하시는 시
목련 꽃향기 함께 띄워 주시기 바랍니다.
시향이게. 영원한 시향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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