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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는 아내를 때릴까?/ 석정희 (한국일보 1997)

sukchonghee 2015. 8. 14. 09:20

출      처  : 한국일보  
제      목  : 왜 사랑하는 아내를 때릴까?


주변에 아주 보기좋은 부부가 살고 있다. 누가 보아도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예쁘고 상냥한 부인과 미남형인 젊잔은 남편 사이에 한 자녀가 있는 아름다운 가정이다.
그런데 그 가정의 뒷문을 열고 들어 갈 기회가 있어 드려다 보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부인이 몇번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 온 것이다.
한달전에도 자살하려고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물에 들어갔다가 해안경비대원의 저지를 받고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얼마전에는 또 머리를 얻어 맞았는가 했는데 깨어보니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단다.그렇게 때리고 나서는 남편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쓰지만, 얼마 뒤면 다시 반복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머리를 맞은 후유증으로 머리가 몹시 아픈 것을 참으며 괴로워 하는 부인의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 보기와는 너무도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 맞고 사는 사람들 중에 더러는 경찰에 고발해서 남편의 버릇을 고쳐놓는 현명한 아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내들은 남편이 밉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경찰에 고발되면 감옥에 가게되고 벌금을 물고 이웃에게 창피한 일이고 해서 고발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하지만 다시 매맞고 또 용서하고 매맞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몸에 멍이 들고 속으로 상처가 나서 일찍 세상을 떠나는 천사같은 여인들도 많을 것으로 믿어진다
이러한 일들이 가정이라고 하는 남이 넘볼수 없는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소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니 가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면 아내를 때리는 남편에게 무슨 이유가 있을까?
심리학자들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95% 이상이 자신이 없는 사람, 즉 열등의식에 사로 잡힌 사람이 자학의 표현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 즉 아내를 구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이로니칼한 일인가.
연약한 여인, 인생의 반려자, 거기다가 자기의 분신을 낳아 키워준 여인.
마음껏 사랑해도 모자랄 것을......
동물들도 새끼를 키우는 암컷을 보호하기 위해 먹이를 물어다 주고,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방어하며 자신을 헌신하는데......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라면 미천한 동물만도 못한 것을 깨달아야 할 일이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아내를 구타하는 사람은 우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임으로, 그런 행위를 자행하는 즉시 경찰에 보고해서 바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고, 새로 깨어나게 하고 성숙하게 해서 바른 가정생활을 하게 하는 일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는 병들게 되고 가정은 불행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아내를 때리는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으며, 그러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얼마나 한심스러우며 그러한 아빠를 바라보는 자녀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 것인가.
부모가 원망스럽고 자신들의 장래조차 걱정이 될 것이다.
아내를 때리는 남편들이여,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가지고 성숙한 삶을 시작하라.
비록 돈이 없고 지위가 없다 할지라도 자신을 학대하지 말고 자신을 가지고 살아갈 일이다
                   <1997년 10월 27일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