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석정희
산모롱일 돌면 거기
우리들 마을 내 집 있었네
봄에 종달새 울면 개나리 피고
여름엔 매미,두레소리 함께 번지며
가을이면 귀뚜라미 형제를 그리게 울어
철새들 떠나며 겨울이 왔네
개 짖는 소리에 송아지 화답하던
우물가에선 집집의 희로애락 사발통문이 뜨고
저녁 무렵 밥짓는 연기 산허리를 두르면
바람도 잠잠히 쉬어 가던
가난했지만 정다웠던 고향이었네
장마에 농토를 잃어
태풍이 쓸고 가버린 꿈
이루어야 한다 대처로 떠나
읍내로 도시로 공장으로
더 나은 터전으로 떠나 온 고향
우시장 옆골목 포장친 장국밥집
발가락 나온 신발 신고 멈춰서던 신발가게
아직도 눈에 선해 돌아 보는 그 고향
그 이웃들 형제들 사방으로 흐터져
우린 여기서 고향을 그리네
꿈을 이루겠다 떠나온 고향
봄 소풍,가을 운동회 추억이 아련하고
지금도 옆구리엔 양은도시락 김치냄새
큰 바다 건너 와 몸살로 내린 뿌리
이제 막 꽃봉오리를 지어가는데
그리운 얼굴들을 그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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