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시- 석정희] 이 가을의 기도
석정희 시인
이 가을의 기도
모두들 돌아가고 있습니다. 알몸이 되어서도 부끄럼 없이 왔던 자리로 돌아가고들 있습니다. 가는 길 아쉬워 낙엽은 하늘을 젓고 산에서 흘러내린 강물도 구름으로 피어 모두가 떠났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월을 타고 맺힌 결실이며 강물에 흘러 이룬 소망도 모두가 은혜 베푸신 님에게로 기도가 되어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슨 말로 님을 우러르며 어떤 몸짓으로 감사의 뜻을 표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이 세상일 모두 떨쳐버리고 님에게로 돌아가 님의 곁에만 머물며 오직 감사함을 드리는 이 가을의 기도가 간절하게 하소서. <해 설> 가을은 회귀의 계절이다. 자연도 사람도 가을엔 본향으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특히 사람은 가을에 정신적 본향을 향해 귀환하는 꿈을 꾼다.
이 작품 속에서도 작가는 가을을 맞아 “모두가 왔던 자리로 돌아가고들 있습니다”라고 한다. 자연도 사람도 가을엔 결실을 맺고 그 결실의 은혜를 베푼 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여기서 돌아간다는 것은 신과의 정신적 만남이다. 그 만남은 은혜와 감사의 성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을은 정신적 성숙의 계절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가을이 신의 섭리와 은혜에 대한 성찰과 성숙의 계절임을 교화하는 시적 모티프를 구축하여 시의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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