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석정희
날마다 머리감고
나서는 조심스런 걸음이었지
해마다 피어나던 꽃에도
느낌이 다르게 자지러지던
속내는 모란에 담아
그려내던 겹겹이 쌓인 꿈
빛살 안은 이슬이었지
작은 새 이슬 물고
하늘 끝 향해 날던
뒤를 쫓는 애태움이었지
[갤러리 감상]
석 시인의 갤러리에 들렸다가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혹 이곳에는 입장료라도 내야 하지 않는 건지 하고(笑)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입장료 수집함 같은 것을 찾아서)(笑)
그냥 가기가 뭐 해서(너무 너무 잘 쉬었다 가기에) 몇자 적고 갑니다.
석 시인을 비롯해서 가족분들이 모두 미남 미녀이시고,
화목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지만,
특히 덕수궁 뜰 속의 석 시인의 모습과 함께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그 곁에 앉아 잠시 옛 상념에 젖어 있다 갑니다.
저도 학창시절엔 잠깐 그림 공부를 했었지요.
그때 화판을 곁에 끼고 다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때 양 수아 화가(남도의 유명한 화가, 작고)에게 찾아가서
지도를 받았는데, 석고 댓상을 공부하면서,
석 시인이 그리고 있는 그 목단 꽃 뿌리로 댓상할 때 사용하는
목탄을 만들어 쓴다는 이야기를 그분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단꽃은 아무곳에나 흔하게 피어 있지 않고,
꽃나무에 비해 꽃이 크고 풍성하게 피는 꽃이어서 더욱 좋지요.
그림이든 사진이든 화중시화(畵中詩話)라고 그림이나 사진 속에는
한 편의 시가 담겨있을 수도 있고,
꿈결 같은 한 조각의 단상(短想)을 떠올릴 수도 있고,
그리고 더러는 한 편의 소설 같은 서사(敍辭)도 들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석 시인의 그 착해 보이시는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학창시절에 제겐 없어서 내가 그렇게도 부러워하던
내겐 없는 여동생 모습 같기도 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종종 들어와서 쉬었다 가겠습니다.
석 시인이나 부군(夫君)에게 누가 되는 글은 아닌지?
아무튼 잘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박영호 선생님의 글 옮겨왔음 6/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