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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환 교수/ 석정희 시집『문 앞에서』

sukchonghee 2015. 8. 14. 09:26

<권두언>
 
석정희 시집『문 앞에서』
 영혼의 등불인 그 분의 문 앞을 찾아가는 길
 
                                                                                                                                                                                              丘 人 煥
           (서울대 명예교수. 文博.
문학과 문학교육연구소 소장)
 
 
오늘의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산업사회를 거쳐서 이제 정보시대에 그것도 두 세기에 걸쳐, 그 어느 시대보다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은 복된 일이다. 더구나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오붓하고 풍요로운 삶을 가꾸어 가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좋은 시대에 석정희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바른 삶을 찾아가기 위한 내 영혼의 등불과 같은 것, 그래서 내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이 길을 외롭지 않게 갈 것이다.’(시인의 序에서)라고 다짐하면서, 시밭을 일구고 그 소복한 열매를 맺어, 시집『문 앞에서』로 상재되는 것은 찬사를 받을만한 수확이다.
석정희 시인은《창조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과 미주 LA의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그 창작의 불꽃을 태우고, 자연과 삶과 이민생활을 깊이 성찰하여 <외로운 길> <계절의 향기> <영혼의 기도> 등 100여 편의 시와 <In front of the Door>등 영시 26편을 묶어 시집『문 앞에서』의 시림(詩林)을 보여 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농촌 문학상 수상자 선정 심사위원으로 석정희 시인의 시작품을 대할 수 있었고, 석정희 시인을 ‘해외부문 특별대상’ 수상자로 선한바 있어, 석정희 시인의 시정신의 뿌리와 그의 언어에 대한 남다른 조련(彫連)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석정희 시인은 시집『문 앞에서』를 통해서 마치 구도자와도 같은 자세로 산수에 젖고, 가파른 우리의 삶을 관조(觀照)하여 가정과 사회 그리고 나아가서 꿈의 세계를 향해서 바르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고, 언제나 자신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등불과 같은 절대자인 그 분의 창 앞에서, 그 분을 향해 경건하게 다가서 가는 자신의 영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생은 역시 외로운 길입니다. 단 한 사람의 동반자도 없는 외로운 사막의 길을 홀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늘 사랑과 위안을 주시는 내 영혼의 등불과도 같은 동반자가 있고, 그래서 내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이 길을 외롭지 않게 갈 것이다.’(작가의 말에서)라고 말하고 있듯이,『문 앞에서』는 자신의 낭만적 노래부르기가 결코 아닌, 바로 자신의 삶과 자신의 영혼 세계를 언어로 그대로 조탁(彫琢)하여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석정희 시인은 이제 감사와 행복의 미소로 영혼의 지평을 향하여 나아가며, 자신의 길에 놓인 사람을 걸어가고 있다.
신록이 짙은 계절의 여왕을 뒤로 하고, 호현(狐峴)의 달 창포 향기 그윽한 녹음의 향연이 산과 들에 짙게 물들어가는 이 가절에, 석정희 시인의 시집『문 앞에서』가 도하(都下)의 지가를 올리고, 그 시 정신이 더욱 성숙하고 심화되어 가치 있는 사람을 더욱 풍요하게 가꾸어 가기를 기대한다.
 
                        2008년 5월 24일
                        문학과 문학교육연구소에서